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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 주인되기 토론회 발제문

2008/11/03 10:05 | Posted by 상담소

여성영화제의 부대행사인 [여성의 몸, 주인되기]토론회
사회학 박사이며 충북대 박사이신 금인숙교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발제문을 올려 놓습니다.
 

여성의 몸, 주인되기


 

금 인 숙 (사회학박사 충북대 강사)


1. 우리 몸의 고유성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수는 약60조에서 100조에 달한다. 이렇게 무수히 많은 세포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완전한 생명체이다. 제각기 생명유지에 필요한 모든 기능과 활동을 스스로 행하는 자율적인 존재이다. 동일한 유전정보가 내장되어 있으나 각기 자신에게 고유한 형태와 구조로의 성장과 분열의 자가 복제과정을 반복하는 세포들은 모두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파악하고 판단하는 독자적인 존재이다.


우주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하나하나 유일무이한 존재로 독특한 차이를 보인다. 각각의 고유한 차이는 의미심장하다. 그 생명체의 존재이유가 그 차이에 있기 때문이다. 외모에서 우리는 인류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인간의 무수히 다양한 차이는, 개인에게는 존재이유인 동시에 사회에게는 풍요의 원천이다.


존재이유에 해당할 정도로 차이의 중요성은 심대하다. 그런데 그 차이 하나하나가 모두 더없이 소중한 자산으로 평가되기보다는 차별과 착취의 근거로 이용되는 것이 모든 인간사회의 현실이다. 사회의 지배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이나 가치와 상반되는 개개인의 특성과 외모에서의 무수히 다양한 차이는 존중하기보다는 무시하여 왔으며 지금도 여전히 무시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회가 권력과 과학을 동원하여 비정상적이고, 병리적이며, 열등한 것으로 규정하거나 낙인찍은 우리의 몸, 특히 여성의 몸은 차별과 억압, 수탈과 착취, 배제와 제거의 근거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1)


2. 외모지상주의 시대풍조

외모지상주의는 모든 존재의 가치는 외부로 드러나는 미모에 있다고 전적으로 믿는 신념에 따라 생각하고 말하고, 느끼고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가부장제의 성차별주의 영향으로 자긍심과 자기애가 결여되어 있는 여성들에게는, 남성으로부터의 외모에 대한 인정과 칭찬을 받으려는 외모지향의 의존성향이 강하다.


여성은 외모, 남성은 능력이라는 등식마저 파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녀 모두가 자신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없을 정도로, 외모지상주의 시대풍조의 영향이 지대한 상태이다. 남성에게도 외모가 취업과 능력의 중요한 자격요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3. 외모지상주의 생활과 행태

몸에는 건강을 해치고 활동에 불편한 브래지어, 거들, 코르셋, 스타킹, 44 Size, 하이힐 등과 같은 의복을 착용한다. 얼굴과 머리에는 피부노화, 퇴행성질환, 유전자손상을 일으키는 계면활성제와 중금속 등과 같은 유해물질로 만들어진 화장품으로 치장한다. S라인의 저체중을 유지하려는 외모강박증은, 생명마저 위협하는 병리현상인 거식증과 폭식증의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낳는 지방흡입술, 위장절제술, 유방확대술, 피부박피술, 주름제거술, 안면윤곽술, 종아리 근육퇴축술 등의 성형과 같은 무분별한 수술을 한다. 근육질의 세련된 남성육체와 각선미의 여성육체를 위해 각종의 운동과 요가강좌, 폐쇄된 공간의 헬스클럽, 오염된 공기흡입의 보도조깅으로 내몰린다. 마른체형의 늘씬한 키, 하얗고 깨끗한 피부, 금발의 파란 눈동자라는 서구중심의 규격화된 미의 기준에 지배되어 자기의 몸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생활한다.


4. 가부장제 자본주의 대중매체와 뷰티산업

서구의 가부장제 자본주의는 대중매체를 통하여 백인중심주의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창출해내고, 전 세계로 유포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혁신에 입각한 새로운 대중매체의 발명과 발전으로 광고는, 제품판매의 수단에서 자극과 만족을 제공하는 하나의 마술체계로 전환되었다는 것이 레이몽 윌리엄스의 분석이다. 뉴미디어에 의한 광고가 소비자로서의 인간과 사용자로서의 우리 인간의 선택을 모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우리 자신이 “상품이 들어왔다가는 사라지는 통로로서의 시장(the market)이 되어버린 것이다.”2) 즉 소비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광고는 상품판매의 방식을 넘어서 문화생활의 일부가 되었다는 것이다.


 패션, 화장품, 제화, 식품, 약품 등의 부문에서는 광고가 우리의 문화생활의 일부가 되었다고 한다면, 에어로빅 강사와 트레이너나 피부관리사와 성형의사 등등이 주도하는 뷰티산업에서의 광고는 우리의 몸, 특히 여성의 몸을 상품 자체로 변형시키고 있다. 비정상적이고  병리적이며, 추하고 죄스런 것으로서 있는 그대로의 여성의 몸은, 정상적이고 건강하며, 아름답고 성스런 것으로 칼과 바늘로 재조합하고 재구성한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미용성형의 공격적인 광고가 급증한 것은 국민1인당 GNP가 1만불대로 진입한 1995년 이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여성동아』와 『여성중앙』에 실린 광고의 내용분석의 결과가 입증하는 것처럼, 1990-1994년 기간의 호당 성형광고는 1〰2개에 불과하였으나 1997년에는 7개로 늘었고, 2000년도에는 27개로 급증했다.3)

2000년 4월 현재  전국 성형외과 개업의 절반에 해당하는 49%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강남지역에 위치한 성형외과 128개 중에서 103개가 압구정동에 위치하고 있다(임인숙, 2002: 197). 일본과 대만에서 성형목적의 관광객이 몰려오고, 위험성이 높아서 서구사회에서도 의학적, 윤리적 이유로 기피하는 종아리 근육퇴축술도 서슴치 않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성형이 성행하고 있다(임인숙, 2002: 185, 192).


5. 미의 기준에서의 상대성


1) 아름다움의 충족요건으로서의 비만

식량이 많이 부족했던 근대이전의 전통사회에서의 비만은, 가장 중요한 미의 기준으로 부유함과 건강함의 상징이었다.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에픽(Efik)족 상층계급의 사춘기소녀들은, 2년 동안 격리된 오두막에서 살찌우는 통과의례를 거쳐 미인으로 거듭나야 결혼할 수 있다. 북부멕시코 타라후마라(Tarahumara) 지역에서도 아름다움의 첫째요건은 넓고 뚱뚱한 다리이다. 미인을 “아름다운 허벅지”라고 부른다.


2) 질병과 혐오의 대상으로서 비만

식량이 남아도는 현대산업사회에서는 날씬함이, 특권계급과 지배권력을 상징하는 기호로서 미의 핵심기준이 되었다. 서구사회의 하층계급에서는 주로 저질지방이 많이 함유된 저가의 패스트푸드(fast food)를 섭취하기 때문에 갈수록 뚱뚱해진다. 자본주의 소비산업과 대중매체가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은 비만에 대한 두려움에서 몸에 대해 가해지는 통제와 훈육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반면에 세계인구는 65억이고, 식량생산량은 90억 인구가 소비할 수 있는 규모인데도 8억 인구가 굶주리고 있는 실정이다.


6. 외모지상주의 시대풍조의 폐해

1) 자신감과 자긍심, 자기존중과 자기애의 불평등한 배분, 2) 가부장제 소비중심 자본주의 권력과 뷰티산업 자본을 위한 노예의 삶. 3) 건강과 생명의 상실위험, 불임과 암 및 질환 유발, 4) 개개인의 고유한 개성의 상실과 획일화된 인공미의 확산5)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 자기 몸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기부정


7. 매력의 핵심요소로서 아름다움

용모가 뛰어난 사람에게 끌리는 일반적인 경향은, 미감의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데이트 때에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외모였다. 일반성인이나 심지어 유아원생에게도 데이트의 상대나 데이트 지속여부의 결정요인은 용모의 아름다움이었다.


그러나 용모의 아름다움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친숙해질수록 상대방이 지닌 용모의 미추에는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각자가 지닌 유일무이한 독특한 아름다움에 매혹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레바논의 화가이면서 시인이었던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은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아름다움이란 욕구가 아니다.

단지 황홀한 기쁨일 뿐이다.

불타는 가슴이며 매혹된 영혼이다.


그것은, 그대가 보았던 영상이나

그대가 들었던 노래가 아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영상이며,

귀를 막아도 들리는 노래이다.


아름다움이란

그대의 거룩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베일을 벗어버린 삶의 모습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몸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이유는 3가지이다. 1) 자신의 외모를 거래수단으로 이용하여 사회적 지위와 재화의 보상을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2) 용모의 후광효과(hale effect) 때문이다. 빼어난 외모가 지적인 능력도 탁월하고, 인품도 훌륭할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2) 만화나 영화, 동화나 문학, 광고와 인형 등의 대중매체가 아름다운 용모에 전혀 관계가 없는 훌륭한 인격과 재능을 부과한 주인공을 통하여 아주 어려서부터 주입된 고정관념의 영향 때문이다.


8. 아름다움이란 진정 무엇인가?

 플라톤: 아름다움이란 현상배후의 본질로서의 이데아(idea)이다.

“한 육체의 아름다움은 다른 육체의 아름다움과 비슷하다. 그리고 모든 육체의 미는 똑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모든 육체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하여 어떤 육체를 경멸하고 사소한 것으로 여기면서, 어떤 육체는 격정적으로 사랑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 된다.


 그 다음에는 육체미보다는 영혼의 아름다움이 고귀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용모는 단정치 못하더라도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사랑은, 젊은이를 성장시키는 사회제도와 법률의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바라보게 할 것이다.


 한 사람이나 하나의 사회제도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것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대해(大海)로 나가 아름다움 전체를 보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혜의 한계없는 사랑 속에서 고귀한 사상을 창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놀랄만한 아름다움의 본질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어떤 점에서는 아름다우나 어떤 점에서는 추한 것도 아니다. 어떤 때에는 아름답고 어떤 때에는 아름답지 않다든가, 어떤 사람에게는 아름답고 다른 사람에게는 추한 것도 아니다. 아름다움은 절대적이고 독립적이며, 단순하고 영속적인 것이다“ <대화편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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